영화음악

콰이강의다리 - River Kwai March

방살미 2018. 6. 21. 00:22

 

 

River Kwai March
(March From The River Kwai And Colonel Bogey)

Performed By
Mitch Miller & His Orchestra







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주 꼬마적 부터극장에 데리고 가서 벤허나 율리시즈 같은 헐리우드 대작들을 보여 주셨는데대개 그 영화들이란게 꼬마가 집중해서 보기에는 너무 길어서지루함에 몸을 뒤틀면서 힘겹게 보곤 했었죠.

그러나 덕분에 커크 더글러스니 챨톤 헤스톤이니 로버트 테일러니 하는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꼬마가 알기에는좀 이른듯한 헐리우드의 명배우들의 이름들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본 영화들의 내용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벤허의 전차장면 이라던가 율리시즈의 포도주 담그는 장면이라든가 하는 특별한 장면들은 기억에 남아서 지금까지도 가끔씩 그런 영화들이나 배우들을 보게 될때면생각나곤 합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는 그때 보았던 영화들 중의 하나로 영화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내가 영화를 보던 그때에는버마라고 불리던 미얀마국경 근처의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아마도 내가아버지와 처음 본 영화가 아니었던가 기억됩니다. 아버지는 그리 다감하신 분이 아니어서 잘 놀아주시지도 않으셨고 항상 어려웠는데 언젠가 뜬금없이 나를 극장에 데리고 가셔서 이 영화를 보여주셨죠.

당시 내 기분은 좀 불편했습니다. 영화가 불편한게 아니라 옆에 아버지가 있다는게 볼편했습니다. 아버지는 책을 사다주시면 꼭 그 내용과 감상을 물어보곤 하셨는데 이번에도 영화를 다보고 집에 가면 아버지가 영화 내용을 물어보실거 같았거든요.그래서 숙제하는 기분으로 예상 질문들을 생각해가며 영화를 집중하며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그 덕에 언제나처럼 "Colonel Bogey March" 같은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들 뿐만 아니라그즈음에 보았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영화의 전 내용을 잘 기억하게 되었습니다.그리고 그 영화에 출연했던 William Holden,Jack Hawkins 같은 명배우들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전형적인 영국사람같았던 Alec Guinness를 알게 되었죠.

이지적이면서 고집스럽고 완벽주의적인 그의 모습은 그후 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영국인에 대한 이미지였는데이 영화에서니콜슨 대령 역의 알렉 기네스는 완고하면서도 규율을 중시하는 한 전형적인 군인스타일의영국군 장교로 나옵니다. 그는 후에 1977년 영화 스타워즈의 오비원 케노비 역으로 나와서 나를 기쁘게 했었는데요. 역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케임브리지대학과 옥스퍼드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놀랍습니다.





또한 그와 대립하는일본군 포로수용소장사이토 대좌역의 세슈 하야카와는 엄격하지만 인간미를 갖춘 명예로운 군인을 연기했습니다.보면서 놀라웠습니다.외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하시다 만주에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커온 나로서는당시 일본군이라면 죄다 바까야로 하며 잔인한 행동을 일삼던 인간 이하의 것들이란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사이토 대좌는 멋있었거든요. 그때의 내 기분은 몹시 불만스러워서어린 마음에도 극장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또한 영화 "벤허"에서 주인공 벤허의 양아버지가 되는아리우스 장군 역을 맡았던 잭 호킨스는 다리를 폭파하러 오는 영국군 유격대의 워든 소령 역으로 나옵니다.벤허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꼬마적 나는 이걸 발견하고 숨은 그림을 찾은 것처럼 좋아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수용소를 탈출했다가 다시 다리를 폭파하러 돌아가는 미군인 쉬어즈 소령 역에 윌리엄 홀든이 있었죠.




Colonel Bogey March / 휘파람 행진곡



영화가 시작되면 한떼의 거지군상들이 경쾌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몰려옵니다. 바로 이 음악과 장면이 엔딩의 비극적인 장면과 함께 이 영화 최고의 장면으로꼽히는"Colonel Bogey March"죠.영화를 보고 아버지와 함께 이 음악을 휘파람불며 집으로 돌아오던 그때가 기억납니다.






2차대전이 한창인때 일본군은태국과 미얀마를연결하는장거리 수송 철도 건설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이 공사의 가장 큰 난관이던콰이강 계곡 다리 건설에 노동자로영국군 포로들을 투입하려 하죠.포로수용소장이었던 일본군 사이토 대좌는 자결까지 각오하고 공사를 지휘합니다. 사이토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공사에 장교들까지투입하려 하지만 영국군 포로 지휘관인니콜슨 대령은 제네바 협정을 거론하며 장교들을 노동에 투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맞섭니다.

한편 니콜슨과 사이토 간의 신경전 속에미군인 쉬어즈는 수용소를 탈출하는데 성공하게 되고사이토는자신의 뜻을 꺾고 다리 공사의 지휘권을 니콜슨에게 넘겨 주게 됩니다.그리고 니콜슨은 철저한 군인정신으로포로들을 이끌며 오히려 일본군의 강제적인 지휘때 보다더열심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다리를 건설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번엔포로들 안에서 갈등이 일어납니다.같은 포로이던 영국군 의사는 니콜슨에게 일본군의 다리 건설을 돕는 행위는반역이며어쩔 수 없이 공사에 협력한다 하더라도굳이 일본군보다 더 열심히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니콜슨은 그 말을 무시합니다.그리고 그 의사에게 반문하죠. "당신은 의사로써 적군 부상자를 수술해야만 하게 된다면 최선을 다 하지 않을 것인가?"

이때 나는 니콜슨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왜 저렇게 열심인거지 하고 말이죠. 그러나 니콜슨은 일본군에게 영국군의 능력과 명예 그리고 자존심을 보여주고 싶어했으며 더 나아가적과 포로라는 것을 떠나 임무를 맡은 군인의 모습에 몰두하고 있었다는걸 그때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콰이강에서 니콜슨이 다리 건설에 열심일 무렵인도의 영국군은 일본군의 전진을 막기 위해콰이강의 다리를 폭파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곧 워든 소령을지휘관으로 한 유격대가 편성되었고 포로수용소를 탈출한 쉬어즈가 작전에 동참하게 되면서 작전을 위해 쉬어즈는 어렵게 탈출한 수용소로 돌아갑니다.





드디어 다리는 무사히 완공되고 영국군 포로들이 자축의 밤을 보내는 가운데 굴욕감을 느낀 사이토는자결을 결심합니다.그때 나는 자부심이랄까 명예랄까 그런 것들을 아직 잘 알지는 못했지만 사이토가 기분이 왠지 나쁠거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런 모습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자부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목숨이 아깝지 않을수도 있다는 공감이 들었습니다. 독립운동하셨다는 우리 외할아버지를 죽게한 일본군을 처음으로 멋있게 생각한 때였다고 생각합니다.





개통식 전날 영국군 유격대는다리에폭약을 설치하지만 다음 날 아침 강물의 수위가 낮아지면서일본군 VIP를 태우고 온다는기차를 기다리던 니콜슨에게 발견됩니다.니콜슨은 다리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있다며 사이토와 함께폭약이 설치된 도선을 따라가게 되고 영국군 유격대는 숨어서 그 장면을 보다가 아군인 니콜슨이폭파 계획을 방해하고 있는장면에 경악합니다.







멀리서 일본군 VIP들이 타고 있는 기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총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니콜슨은쉬어즈가폭파를 멈추려는 자신을 저지하려다 총을 맞는 것을 보고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그리고 마치 꿈에서 깨듯 정신을 차렸을 무렵 그는 총을 맞고 휘청이는 몸으로폭파 스위치를 누르며 죽습니다.다리는 폭파되고 달려오던 일본군의 기차는강속으로 떨어집니다.그리고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던 영국군 의사가 내뱉는 혼잣말과 함께 영화가 끝이 나죠. "미쳤군, 미쳤어.."





"콰이강의 다리는 점령국 일본과 패전국 영국이 서로의 자존심을 대결하는 상징적 구축물인데 이것이 파괴됨으로써제국주의도 함께 붕괴되는 것을 영화 속에서 암시해준다."

이 영화의 일반적인 평은 이런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니콜슨의 광기에 가까운 책임감에 집중하고 싶습니다.객관적으로 다리는 다리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니콜슨과 사이토 워든과 쉬어즈 그리고 영국군 의사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었습니다. 그 입장에 따라 다리는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하며 동시에 모두이기도 했습니다.

세상도 그러합니다. "객관"이라는 이름으로 세상 모든 것을 따로 떼어서 보게되면 나쁜 것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별로없게 되죠. 그러나 그 객관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의도와 배경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원래 보이는것 밖에 보지못하는 바보이거나봤으면서도 다른 말을 하는 거짓말장이거나 알면서도 행동하지않는 비겁자에 다름아닐 겁니다.




내가 뭘한거지?



객관적으로 니콜슨이 잘못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는 군인으로서 그가 받은 임무에 충실했고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그러나니콜슨의 노력과 신념은 위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위대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다리는 다리일뿐이었지만 그것이 다리여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사실을 다리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한복판에서야 비로소깨닫게 되죠.그리고 마지막 순간 자신의 죽음으로 바로잡습니다.

니콜슨은 바로 그 객관의 함정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는 열심이었습니다. 군인의 본분에 맞게효율적이고 책임감있게 임무를 성공해냈죠. 그러나 열심히 한다고 다 용납되지 않습니다. 책임에 충실했다고 다 옳은 것이 아닙니다.사람은 처지를 깨닫고 선택과 판단을 할줄압니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열심인 니콜슨의 모습에서 세상을 바라보는올바른 가치와 신념을 가져야 할 이유를 봅니다.





우리도 니콜슨처럼 눈 앞의 것에만 골몰해서 전체를 보지못하는함정에 빠질때가 있습니다.때로는 바보나 거짓말장이나 비겁자들이그것을 변명하기도 합니다. 다리는그냥 다리일 뿐이라고.나는 그냥 내 일을 할뿐이라고. 그러면서 구차한 변명을 객관과 가치중립이라는 말로 포장합니다. 그러나 콰이강의 다리는 다리일뿐이었지만 그냥 다리가 아니었습니다.그 다리로 인해 전쟁이 계속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게 되는 결코 성공해서는 안될 다리였습니다.





내 임무을 완수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대체로 미덕입니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무엇을 위한 것이고 누구에게 이익이며 그 결과가 어떨 것인가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알고 그러든 모르고 그러든간에 그 자체로죄악이며 사회의 적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처럼일제에 부역하고독재에 협력한 과거를그저 개인의꿈을 이루기 위해그때 자신에게 주어진일을 충실히 했을 뿐이라는 같잖은 변명이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p.s

1.

멜러영화들을 주로 연출한 데이비드 린 감독은웅장한 서사시 형태의 대작 영화로 연출 방향을 바꾼 첫 작품인 이 영화로 아카데미에서 첫 감독상을 받았으며이제는 레젼드가 된명배우들의 연기와시대를 앞선 반전 메시지, 그리고 촬영과 음악까지 모두 찬사를 받았습니다.

2.
영화의 배경인 콰이강의 다리는 실제로 있는 다리로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415km의 철로 선상에 있으며 전쟁포로와 강제노역자들에 의해 일본군에 의해 건설되었습니다.이때총 8만명의 노동자와 1만3천여명의 전쟁포로, 그리고 수천명의 일본군이 목숨을 잃었다고 알려져 있죠.









3.

언젠가 실제로 가본콰이강의 다리는 생각보다 좁았습니다. 이것때문에 그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시시하기도 했구요. 사람들이 목숨걸고 열광했던 많은 것들이광기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체로 작고 시시했을 때가 많지만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