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태양은 가득히 (Plein Soleil , 1960, 프랑스)

방살미 2018. 6. 20. 20:16





태양은 가득히 (Plein Soleil, 1960, 프랑스)

 
감독 : Rene Clement
주연 : Alain Delon, Maurice Ronet, Marie Laforet
음악 : Nino Rota
제작 : 프랑스 (112분)

Plein Soleil(태양은 가득히.ost)


"태양은 가득히"는 프랑스의 명장 르네 끌레망 감독이 만든 범죄 스릴러 걸작 영화이다.

영국 여류 추리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야심가인

청년이 자신이 선망하는 삶을 얻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즉, 부잣집 외아들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완전범죄의 기획은 매우 극적이다.

살인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신분상승과 부, 사랑을 얻기 위해 사기와 모방, 교묘한 지능

범죄관객들의 숨결을 조인다.

이 대목에서 당시 신인이었던 미소년의 얼굴을 가진 알랭 들롱은 바다와 같은 파란

눈빛을 빛내며, 배우로서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실 범죄자이지만, 관객들의 감정이입(感情移入)은 그에게 한껏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완벽한 마무리 바로 직전에서 속절없이 무너져가는 그에게 애잔한

마음과 함께 진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 한 편의 영화로 당시만해도 신인이었던 알랭 들롱의 인기를 결정지었다. 이처럼

르네 끌레망 감독은 배우의 연기를 통한 서스펜스를 효과적으로 연출하여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영화음악의 대가 니노 로타가 담당한,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가

Prein Soleil은 영화를 본 이 후 약간은 서글프고 동정적인 톰의 느낌을 연상시키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60년대 누벨 바그의 거센 물결에 서서히 위기감을 느끼던 르네 끌레망 감독이

그 물결에 과감하게 맞선 작품이기도 하다.

가난한 미국 청년 톰 리플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부자인 필립의 아버지로부터, 그림을

공부하러 로마에 가서는 공부는 하지않고 놀면서 귀국하지않고 유럽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필립을 미국으로 데려오면 5천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탈리아

로마에 머물고 있는 필립을 찾아간다.

5천달러라는 돈도 돈이지만 그동안 부자집 아들이고 동창생이기도 한 필립에게 학창시절

부터 무시당하고 필립으로부터 느껴 온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심리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필립은 가난한 동창생 불청객인 톰을 완전히 무시한다. 한참 애인 마르쥬와의

사랑에 빠져있는 필립이 미국으로 돌아가자는 톰의 말을 들을 리 없다.

그런 중 톰은 필립과 마르쥬를 따라 요트 여행에도 동참하는 등 로마의 화려한 생활에

젖어들게 된다. 그리고 필립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한다.

처음엔 톰을 친구처럼 대해주던 필립은 나중엔 노골적으로 톰을 무시하고 마치 하인처럼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한다. 톰을 작은 보트에 옮겨 타게 한 뒤 요트와 연결된 밧줄을 끊어

하루 종일 표류하게 하는가 하면 톰이 보는 앞에서 애인 마르쥬와 정사를 갖기도 한다.

필립에 대한 톰의 열등감은 점차 증오로 변한다. 참다 못한 톰은 필립의 필체를 위조,

마르쥬에게 헤어지자는 편지를 보내 마르슈를 배에서 내리게 만든 다음, 필립을 죽이고

시체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필립의 신분증과 사인을 위조하여 필립의 행세를 하며 은행구좌에서 그의 돈을

찾아쓰기도 하고 새로 아파트를 얻기도 하며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의심하는 필립의

친구 프레디마저 살해하고 필립이 프레디를 죽인 뒤 자살한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비탄에 빠져 있는 마르쥬를 위로해 주는 척 하면서 마르쥬에게 접근한 톰은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야속하는 등 필립의 약혼녀까지 가로채고 그녀의 사랑을 얻어내는 듯

하지만 완전 범죄인 줄 믿었던 톰의 연극은 바다에 던진 필립의 시체가 요트를 수리하기

위해 육지로 끌어 올린 요트의 스크류에 걸려 물 위로 떠오르면서 종지부를 찍게 된다.

르네 클레망 감독은 후반에 이르러 국면을 뒤집는 일반적인 스릴러와는 달리 범인을

안심시킨 다음 라스트 신에서 반전시키는, 관객마저 속을 정도의 절묘한 기교를 구사했다.

태양은 가득히는 야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일그러진 청춘을 제시함으로써

일반적인 스릴러의 차원에서 한층 나아간 기법을 영상에 투영시켰다.

거기다 촬영감독 앙리 도카에가 스크린에 옮겨 놓은 지중해의 푸른색, 애수가 떠도는 듯한

니노 로타의 음악, 몸 전체에 허무를 휘감고 다니는 알랭 들롱의 연기가 이 영화를 한층

돋보이게 만들었으며 라스트신은 이 영화를 일반적인 단순한 서스펜스 영화이상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960-70년대에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의 남성 배우는
단연, Alain Delon 이었다.

이 들롱 하면 당시 프랑스 영화계의 대표 아이콘이었지만,
그러나 고유명사의 영역을 넘어 잘생긴 남성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고,
그래서 들롱 같이 생겼다 하면 아무리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도
무슨 뜻인지를 쉽게 알 수가 있을 정도로 이미 일반적인 단어가 되었던 것이다.

과연 그의 외모는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완벽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가히 여성들이 그에게서 느꼈던 감정은 말을 안해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이다.

물론 지금까지야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1960-70년대에는 이 178Cm 키의 들롱 보다
더 잘생긴 남성 배우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1935년11월8일이 생일이라고 하니 청춘의 상징이었던 그도 벌써 70 이 넘었다.

프랑스 남부의 Sceaux 라는 소도시의 한 결손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고생도 많이 하였고, 또 학교도 잘 가지 않으면서 방황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군대에 자원을 하여 곱상한

얼굴과는 달리베트남에서 터프 한 공수부대 원으로 복무를 하였다고 한다.

제대 후(1950년 중반)에는 웨이터생활과 시장에서의 짐꾼(Porter)생활도 잠시 했다고 하는데

, 그러나 그 잘생긴 외모가 어디 가겠는가?

당시 미국에서 한참 인기였던 James Dean (1931-1955, 미국)같은 이미지의 배우를 찾던

제작자에게 발탁이 되어 드디어 그는 1957년에 영화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의 데뷔작은 ‘여자가 사건에 말려들 때’(Quand La Femmes en Mele,1957)이지만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그의 출세작은 6번째 출연작인 바로 이 작품이다.

이태리와 프랑스의 합작영화인 이 작품에서 그는 야망을 채우기 위해,
살인을 포함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삐뚤어진 청춘 역으로, 바로 악한으로서 출연을

하였는데도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이후 갱영화 등에서의 연속적인 성공으로 1964년부터는 제작까지 직접 하게 되고 1973년

부터는 감독도 하고 또 1976년부터는 각본도 직접 쓰게 된다.

현재까지 약 90여 편의 영화에 출연을 하였는데, 약 50년의 활동기간에 비하면그리 다작을

한편은 아닌 셈이다.

얼굴값을 한다는 우리나라 속담도 있지만, Romy Schneider(1938-1982)와의 5년간의 동거를

비롯하여, Nathalie Delon (1941, 모로코)를 포함한 세 명의 부인들과 모두 이혼을 하고

(2002년에 마지막 이혼) 현재는 (젊은 모델과 함께)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20대 중반의 고아,
탐 리플리(Tom Ripley/Alain Delon, 1935, 프랑스).
이태리로 가서 방탕 된 생활을 하고 있는 고교동창,
필립(Philippe Greenleaf/Maurice Ronet, 1927-1983, 프랑스)
데려오면 5,000달러(지금 돈으론 약10만 달러)를 주겠다는 재벌인 필립의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나폴리로 간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하니
마르쥬(Marge/Marie Laforet, 1939, 프랑스)라는 여자와 연애를 하면서
제 멋대로 사는 필립은 탐을 마치 하인 대하듯 우습게 보고 무시를 한다.

마르쥬 와 함께 셋이서 나선 요트 여행. 그에게 쌓여 있던 콤플렉스와 질투가 어느새

변하여 증오가 되고 급기야 탐 은 필립 을 요트위에서 살해하게 된다.

그리고는 죽은 필립의 행세를 하며 예금도 인출하고 편지도 위조를 하면서
음모를 꾸미며 못된 야망을 불태운다.





그러나 거짓은 거짓을 낳고 죄는 또 죄를 낳는 법,
모든 걸 눈치 챈, 필립의 친구 프레디 마저 할 수 없이 살해를 하는 탐.
그리고 필립이 프레디 를 죽이고 자살을 한 것처럼 위장을 한 후, 짝사랑하던 마르쥬 의

사랑도 뺏는데 성공을 한다. 그러나 경찰이 항상 말하고 주장 하는대로 완전범죄는

없는 것 인가? 요트를 팔기위해 그 배를 포구로 인양하는 과정에서 바다 속으로 빠뜨렸다고

생각한 필립 의 시체가 그 배의 스크류에 걸린 채 딸려 올라오고 경찰은 그동안 의심해왔던

탐의 모든 범행을 알게 된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끝 장면,(아래 동영상 참조)
“리플리 씨, 전화 왔어요” 라는 식당 여주인의 말에 해변의 의자에서 일어나 웃으며 걸어오는

탐 의 얼굴 뒤로 이글거리는 태양빛이 가득한 아름다운 바닷가 모습의 전경이 다시 보인다.
* 아래 동영상이 바로 그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입니다.(꼭 감상 하시길....)





1946년에 2차 대전 당시의 레지스탕스 이야기를 다룬 '철로 변 전투'
(La Bataille Du Rail)로 깐느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이어, 1952년에 발표한
금지된 장난 (Jeux Interdits) 으로 이미 세계적인 스타급 감독이 되어있던,
Rene Clement (1913-1996, 프랑스) 감독은 당시에 급물살을 타던 Jean Luc Gordard (1930, 파리)

등이 주도한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운동을 그때에는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누벨 바그 가 뭐 새로운 게 있냐는 듯이,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도전장 같은)이 영화를 발표하였는데, 오히려 이 작품이 마치,
누벨 바그 의 주류 작품인 듯, 대단한 찬사를 받게 되었으니 역시 베테랑 감독의 역량이라는

것은 무슨 새로운 풍조라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듯도 하다. 특히 이 영화에선 영웅이

주인공이 아니고, 악한이 주인공인데도 관객들로 하여금 그 나쁜 주인공과 동화가 되게끔 한

기막힌 그의 연출솜씨는 과연 높이 살만하다.
 
영화가 끝 장면으로 갈수록, 탐의 편을 들어주게 되는 이유는
이렇게 단지, 주인공인 들롱 이 잘생겨서만은 절대 아닌 것이다.
(Rene Clement 의 자세한 이야기는 1952년의 금지된 장난 리뷰에서)





1999년도에 The Talented Mr. Ripley 라는 또 다른 영화로도 리메이크 된 적이 있지만, 이 작품의

원작은 1955년에 출판된 영국 출신의
Patrica Highsmith (1921-1995, 영국)의 ‘The Talented Mr. Ripley’ 인데
추리소설 작가인 그는 이 작품이후 ‘Mr. Ripley, Under Ground’
(1970년 출판 / 2004년에 "Mr. Ripley's Return"으로 영화화가 됨)에 이어
‘Mr. Ripley, Under Water’(1991년 출판)까지 모두 5편의 ‘Mr. Ripley 시리즈’를 출판하였다.
 
따라서 왠만한 감독 같으면, 끝 장면을 달리해서라도 후속 작을
[‘(속)태양은 가득히’ 같은 것]생각 해 봤을 것도 같은데, 끌레망 감독은 아예 생각조차도

않하였다고 하니, 역시 흥행보다는 단 한편이라도 작품성을 먼저 생각하는 비범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원작소설은 속편을 위해 탐 의 완전 범죄로 끝이 남/ 원작소설에 좀 더 충실하고 또 다양한

재즈 삽입곡들로 영화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Anthony Minghella 감독의 The Talented Mr. Ripley (1999)

도 매우 우수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이태리와 합작이라서 그런지 영화음악은 이태리출신으로, 당시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Federico Fellini

(1920-1993, 이태리)의 짝꿍(Collaborator) Nino Rota (1911-1979, 이태리 )가 맡았는데
동양적인 감각의 따뜻하고 쉬운 멜로디로 만들어진 Main Theme이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의

히트 못지않게 연주 음악으로도 상당히 널리 알려졌었다.





역시 당시의 유행같이 한곡의 Theme을 여러 스타일로 변주하여(재즈 스타일 포함) 여러 번

반복을 하는데, 때론 실로폰으로, 바이올린으로 또 색소폰과 피아노로도 연주를 하고 있다.

또 영화 초반에 마르쥬 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장면이나오기도 하지만, 들롱 도 우리가

잘 아는 노래, ‘사랑의 기쁨 ’(Plasir D' Amour)을 부르는 장면이 특이하게도 잠깐 나온다. 잘생긴

들롱 은 목소리도 상당히 섹시 해서,음반도 여러 장을 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달리다

(Dalida)와 함께 부른 ‘Paroles, Paroles’는 무척 큰 히트를 하였었다.

한편 영화에서도 노래를 하는 마리 라포레 역시 이 영화의 주제곡을 나중에
음반으로 발표도 하였고 ( ‘금지된 장난’의 주제곡 포함) 또 가수로서도
잠시 활동한 적이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하늘과 바닷물 색깔이 어쩌면 저렇게 푸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 정도로, (마치 물감으로 칠 한 듯) 너무나 컬러풀한 화면이 인상적인데, 무공해의 맑은

태양빛아래 찍은 환상적인 자연 풍광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너무나 깨끗하다.

촬영은 나폴리를 중심으로 그 인근 작은 마을들에서하였다고 하는데, 어느 일본인이 아주 멋지게

작명한 ‘태양은 가득히’ 라는 제목이 (영어제목은 ‘Purple Noon’)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전반적으로

밝은 톤의 원색 화면이 무척 보기에 좋다. 이렇게 화면 좋고 음악 좋고 거기에 배우까지 보기에좋으니

(거기에 스릴 있는 줄거리까지) 이 영화는 분명 세월이가도 영원히 남는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영원한 미남, 알랑 들롱 을 이야기 하자면 절대로 빼 놓을 수가 없는 작품인 것도 역시

틀림이 없다.
(사족) 그나저나 아직도 그는 영화 출연을 계속하고 있다는데,(이 년에 약 한편정도) 왜, 그의

근작은 통 볼 수가 없는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